1.읽기와 쓰기의 중요성
중학생의 글읽기와 글쓰기는 초등학교의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이는 명백한 당위이다. 그만큼 활용하는 어휘가 늘어나고 읽는 책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금까지 중학생들의 읽기와 쓰기 능력을 분석한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만족할 만한 수치를 확인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읽기보다는 쓰기 능력이 훨씬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학생의 읽기 수행 능력이 높으면 쓰기 수행 능력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쓰기에는 읽기에 필요한 사고역량보다 더 깊은 사고력을 필요로 한다.
중학생들의 쓰기 능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첫째, 쓰기 상황 및 텍스트 맥락에 대한 이해 미흡, 둘째, 글 종류에 대한 인식 부재, 셋째, 쓰기 활동의 경험 부족, 넷째, 기초적인 문장 구성 능력의 미비, 다섯째, 창의적인 글쓰기에 대한 의욕 결여 등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학교 쓰기 수업에서는 다양한 글의 종류와 기본적 특성에 대한 학습 및 이를 적용한 글쓰기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글쓰기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문장 구성력 교육이 필요하다. 이렇게 학생들에게 다양한 쓰기 상황에 대한 글쓰기 경험을 제공하는 것과 함께 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특히 보통학력 이하 학생들에게는 글쓰기에 흥미를 가지고 쓰기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왜 쓰기를 이렇게 강조하는가? 쓰기는 학생들의 사고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토대인 창의력의 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쓰기 공부는 제대로 된 읽기 공부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방법이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읽는 것이다.
2. 무엇을 읽을 것인가?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계 속에는 읽을거리가 너무 많다. 문자로 기록된 책이 아니더라도 영상화된 볼거리들로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책이다. 영상물은 화려하고 역동적이라 인간의 모든 감각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다. 그런데 영상은 모든 볼거리를 구체화해서 다 보여준다. 그리고 그 영상장면들은 순간적으로 바뀌면서 사라지는 특징 때문에 넓고 깊은 상상력을 작동하기가 힘들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을 키우는 일이다. 책이 지닌 특성은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상상력 훈련의 최고의 매개가 된다는 점이다. 책읽기 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 책이란 무엇인가? 복잡하고 다양한 정의들이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책이란 우리가 사는 세계(인간, 사회, 자연, 지구, 우주공간 등)에 대해 그 분야의 전문가나 연구자들이 자신이 이해하고 해석한 내용을 문자로 기록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책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책은 어떠한 종류들이 있는가? 책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보통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1) 인문과학(문학, 역사, 철학 등) 2)사회과학(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3) 자연과학(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이다.
공식적인 교육 기관인 초, 중,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는 이러한 영역의 내용들을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중요한 핵심적인 내용을 과목별로 재구성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학교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은 더 많다. 학생들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과서를 넘어서 다른 많은 책을 계속 읽어가야 하는 이유이다.
3. 비평적 책읽기의 본질과 방법
그러면 책을 그냥 읽지 않고 비평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첫째는 중학생의 수준에서 알고 있는 사실(선이해)을 바탕으로 나의 세상 이해를 넓혀 나가는 것이다. 모든 이해는 자신의 현재의 이해 수준인 선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비평적 읽기를 위해서는 한 학생 한 학생이 지니고 있는 현재의 이해 수준을 정확하게 평가한 이후에, 그 이해 수준에서 읽기를 시작해야만 한다. 이는 비평적 책읽기는 원칙적으로 철저한 개별적인 읽기 교육에서 출발해야 함을 말한다.
둘째 비평적 책읽기란, 책의 높이와 나의 선이해 수준 사이의 거리 좁히기이다. 학생이 읽어야 할 책의 선정은 학생의 현재 선이해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의 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의 현재의 낮은 이해의 수준을 학생의 선이해보다 높은 수준의 책을 통해 높여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는 책읽기가 비평적 책읽기이다.
셋째 비평적 책읽기란, 책의 내용과 책을 읽는 학생이 대화하기이다. 책을 읽는 학생이 책을 마냥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책에 대해서 부단하게 질문을 던지는 읽기 방식을 말한다. 책을 읽는 학생이 책에 대해 질문을 하기도 하고, 책이 다시 책을 읽는 학생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질의응답을 하면서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다.
넷째 비평적 책읽기란, 저자가 책의 내용에서 주장한 것을 파악하여 나의 삶과 관련해서 해석해 내는 것이다. 이 부분이 비평적 책읽기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저자가 책을 쓰면서 의도한 부분을 잘 파악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선에서 끝내지 않고, 그 의도를 나의 현실적인 삶과 연관지어 다시 그 의미를 재해석해내는 일이다. 그래야 그 책이 실질적으로 나에게 유의미한 책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쓸 때도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4. 비평적 책읽기를 위한 방법
그러면 구체적으로 비평적 책읽기를 위해서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1) 물음표 달기 (왜?)를 계속해야 한다. 비평적 책읽기의 본질이 질문하기이기 때문이 책을 읽어가면서 ‘왜’라는 물음표를 달아야 한다. 이것이 비평적 책읽기의 핵심이다. 여기로부터 생각하는 힘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물음표를 달기와 함께 2) 따져 읽기(때문에?)를 병행해야 한다. 따져읽기를 계속하면 논리력이 생성되고 이성적 사고가 함양된다. 그리고 3) 뒤집어 생각하기 (만일?)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 훈련은 책읽기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상상력의 계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책읽기를 한다고 해서 비평적 책읽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과정이 남아 있다. 그것은 동일한 책을 읽었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선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이해들을 나누는 토론이 필요하다. 이는 더 온전한 세계이해를 위한 과정이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자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리고 토론의 결과를 토대로 자기대로 책읽기에서 새롭게 이해한 부분을 중심으로 글쓰기로 마무리하면 된다.
중학생들은 우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읽기를 통해 자신의 입장에서 사고할 수 있는 힘을 배양해야 한다. 어느 정도 글 읽기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 소설에서 다양한 다른 책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읽기를 바탕으로 여러 사람과 토론을 함으로써 자신과 다른 사람이 읽은 내용을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후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글쓰기로 나아가게 한다. 이렇게 비판적 사고력을 강조하는 비평문 쓰기를 통해 읽기에서 쓰기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내야 한다. 재미있게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소설에서 출발해서 다양한 책읽기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면 된다. 여기에는 다양한 책을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따져 읽는 비평적 읽기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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