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비평학교

 



왜 비평인가?


 비평은 우리가 만나는 세계(대상)를 해석하고 평가함으로써 더 나은 상태를 지향하는 인간의 능력이다. 이 능력은 모든 사람들에게 내재되어 있으나 제대로 학습하지 못함으로 인해 개인이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이 세계를 해석하고 평가해야 할 매 순간에 온당한 평가를 통한 선택이 일상화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비평이 활성화되지 못한 사회는 모든 영역에서 지체 현상이 드러나게 된다. 드러나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대로 해석하고 판단해서 대응해 나가는 역량이 일상화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 모든 영역에서 비평의식이 활성화되면,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비평정신은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근원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나아가는 힘으로 작용하기에 우리가 바라는 소위 선진 사회로의 지향이 가능한 건강한 시민의식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라나는 어린이들부터 비평의식을 훈련시키고, 이를 실천해 나갈 수 있는 학습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세상의 실현은 건강한 의식을 소유한 새 사람들을 키우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어린이들에게는 비평정신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의식 작용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자신에게 주어지는 대상을 분별하고 선택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어 있어, 비평의식 역시 이 때부터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러므로 온당하고 객관적인 사고 작용의 훈련을 위해서는 단순한 사유의 훈련을 넘어서 무언가를 제대로 구분하고 판별할 수 있는 비평정신을 어린 시절부터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비평의 어떤 점을 학습시킬 것인가?


 비평의 과정은 비평 텍스트(문학,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만화, 사회 현상, 자연현상 등)를 해석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텍스트의 해석은 텍스트의 이해를 말한다. 그러므로 텍스트의 이해를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텍스트를 이해할 수 있는 기초적인 이해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학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문해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고,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악의 요소와 특징을,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림이 지니는 다양한 성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모든 영역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점은 이 다양한 영역의 이해는 이 영역을 직접 경험함으로써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읽고, 보고, 듣는 감각적인 지각을 통해 이해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다양한 영역을 다양하게 경험하면 할수록 이해의 폭과 깊이가 확대된다는 점이다. 공감각적 인식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런데 비평은 이해를 통한 해석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해한 것들을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평가란 단순히 옳고 그른 것만을 판별하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선악의 판단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비평에서의 평가란 옳고 그른 것, 선악의 판단을 넘어 선다. 이것과 저것의 비교를 통한 차이의 높낮이를 헤아려 보는 것이다. 각각의 텍스트는 자기대로의 의미의 수준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수준을 정확하게 판단해내는 것이다. 수준의 평가는 비교 대상이 있어야만 가능한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평 과정 속에서는 많은 텍스트를 경험해야 한다. 그래야 이것과 저것을 비교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여기에 비평 텍스트 선정의 어려움이 있다.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비평 교육에서는 이 점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비평 교육의 대상이 되는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텍스트를 우선 제대로 선정할 수 있어야 한다.


비평 텍스트 선정(문학의 경우)


 어린이를 위한 비평 텍스트 선정을 할 경우, 가장 우선시 해야 할 부분은 그 수준을 적절하게 맞추는 일이다. 우선 문학을 텍스트로 삼는다면, 초등학교 저학년일 경우는 동요나 동시 나아가 동화를 그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동시나 동요 혹은 동화일 경우 언제나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두 편씩 선정해서 학생들에게 제시하는 방식을 취하면 좋다. 주제는 같으나 저자가 각기 의도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은 두 작품을 통해 각기 다른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이 다른 부분을 이해한 다음에 그 차이를 평가할 수 있는 훈련을 계속해 나가면 비평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


 또 다른 하나의 방법은 동일 저자의 다른 두 작품을 선정해서 비평 텍스트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한 작가가 다른 각각의 작품을 왜 이렇게 창작했을까 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을 해석하고 평가하게 하는 방식이다. 작가는 동일하지만, 작품의 주제나 소재는 다르기 때문에 이들 내용을 중심으로 두 작품을 비교 검토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초기에는 두 작품을 중심으로 비교 검토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훈련을 하지만, 어느 정도 작품을 읽고 해석하고 나름대로 평가하는 눈이 생기면, 두 작품이 아니라, 세 작품 이상으로 작품 수를 늘려가면 된다. 이해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작품 수가 많아질수록 비평의 안목은 넓어지고 비평의 수준도 동시에 고도화될 수 있다.


 비평문 쓰기 과정


 비평의 과정은 텍스트의 이해와 평가이지만, 비평의 완성은 이 과정을 글로써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학생들에게 아주 정치한 논리나 빼어난 문장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두 편의 동요나 동시를 두고 비평을 한다고 하면, 주제가 동일한 두 편이 지닌 각각의 차이를 명확하게 정리해 내는 정도라도 충분하다. 처음부터 높낮이를 평가하는 선까지 요구할 필요는 없다.


 작품을 자꾸 읽다보면, 주제가 동일한 작품에 대한 높낮이는 자연스럽게 평가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 훈련이 어느 정도 되면, 이 작품과 저 작품에 대한 비교를 통한 높낮이에 대한 감각이 생겨나게 된다. 이 때에 왜 이 작품이 저 작품보다 더 높다고 생각되는지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어느 정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글쓰기 단계로 나아가면 된다. 이 논리가 제대로 정리되면, 어느 정도의 비평문이 성립될 수 있다. 이때 처음부터 너무 많은 양의 글쓰기를 요구할 필요는 없다. 

학생들의 글쓰기 역량에 맞게 적절한 양을 요구해서 쓰도록 지도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힘이 쌓이게 되면 글쓰기 양도 자연스럽게 늘려가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비평문 발표와 토론, 그리고 비평문 다시 쓰기


각자가 정리한 비평문을 서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서로 의 해석이 다른 점을 중심으로 토론을 한다. 토론을 통해 자신의 작품해석과 평가에서 보완해야 할 점을 발견하게 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입장을 완전히 포기하거나 버릴 필요는 없다. 기존 자신의 해석과 평가를 더 강화해 갈 수 있는 방향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토론은 이 점에서 자기 논리의 강화를 위한 과정으로 활용하면 된다. 토론이 끝나면 토론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 자신의 비평문을 보완하여 완성하도록 한다.



개관 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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